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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잌 버무리'가 안겨준 감동...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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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잌 버무리'가 안겨준 감동...

두틸던(DoTillDone) 2020. 12. 14. 11:28

"아~~~! 아, 망했다 망했어!... ㅠㅠ"


얼마 전 편의점을 다녀오겠다던 딸이 현관 중문을 열고
들어오다 말고 외친 탄식이었다. 자그마한 것이 떨어진
듯한, 그리 크지않은 바닥 울림에 비해 비교적 커다란,
실망이 가득 담긴 목소리였다. 부엌쪽에 있었던 내게는
당연히 흥미진진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던
절망에 찬 외침이었다.

아연실색한 딸이 한숨을 토해내고 있는 거실 바닥에는
편의점에서는 팔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분명히 편의점에서 반려견에게 줄 뭔가를 산다고 했는데
어지럽혀진 바닥에는 제과점에서 샀을 법한,
먹음직스런 케잌이 처참하게 뭉개져 있었던 것이다.

'케잌 버무리!'


이내 내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바로 저 정체불명의
단어였다. 딸이 나의 퇴직 기념으로 케잌을 몰래
샀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 순간 감사의 마음이 진하게
가슴속에 스며들었으나, 삐죽삐죽 새어 나오는
웃음은 막을 수가 없었다.


딸이 뭉개져 버린 케잌을 씁쓸하게 치우고 있다



못내 속상해하는 딸과는 달리 나는 더 재밌는 추억을
선사했다며 즐거워했다. 물론 깜짝쇼를 선사하려 했던
딸의 안타까움을 달래주려는 의도도 있었으나, 이런
해프닝이 오히려 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은 건
사실이었다. 초에 불까지 붙힌 케잌을 몰래 들고 들어와
'Surprise!'를 하고 싶었던 딸의 의도는 순간의 실수로
케잌 버무리로 끝나 버렸으니 이보다 더 진한 추억을
남길 쎄리머니가 또 어디에 있을까?


'케잌버무리'가 되버린 축하케잌



하지만 거기까지는 오프닝 쎄리머니에 불과했고
나를 더욱 감동시킨 것은 군복무중인 오빠와 궁리끝에
마련한 퇴직 선물, 감사패였다. 법정 정년퇴직까지는
아직도 5년 남짓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조기에 퇴직하는데도 이후의 경제문제 고민은
뒤로 하고 진심어린 찬성을 해준 것도 고마운데, 그런
마음을 200퍼센트 더 넘치게 담아 선사해준 감사패
글귀는 내게 인생 최고의 선물로 여겨졌다.


매우 진한 감동과 향후의 각오를 다지게 한 자식들의 글귀

뜻하지 않게 케잌을 하나 더 사면서까지 제대로
아빠의 퇴직을 축하해준 딸과 아들에게 무한한
사랑과 감사, 그리고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잊지
못할 저녁이었다..

"사랑하는 아들, 딸아, 아빠가 퇴직후에도 더 열심히,
그리고 더 건강하게 살도록 노력 많이 할게..
정말 고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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