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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이 고문으로?

두틸던(DoTillDone) 2019. 8. 16. 22:55

사람들이 보통 극도로 스트레스 받거나 신경이 날카로워졌을 때 그 팽팽한 긴장상태를 벗어나기 위하여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아마 먹는 것일 거다. 식욕은 아무래도 인간의 본능적 욕구 중에서도 스스로 조절하기 힘든 욕구인데 반해, 요새처럼 건강 및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시대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소에 어느 정도의 다이어트를 실천하려다 보니 본의 아니게 먹는 것에 절제를 많이 하게 된다. 그러나 스트레스로 인한 자제력의 약화는 급기야 먹는 것으로 분출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꼭 그런 심리적 불안정 상태가 아니더라도 평소에도 몸과 마음에 여유가 가득한 저녁시간에 주로 일종의 기분전환, 또는 힐링의 한 방법으로 '좋은 식당에서의 맛있는 한 끼'를 찾아다니곤 한다. 아니, 어쩌면 어제 같은 공휴일에 특별히 할 일도 없다보니 재미를 찾아 나서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도 어제 아들을 동행하고, 인터넷에서 검색한 부페를 찾아 근사하게 자리잡고 앉았다.

 

'시내의 여느 부페처럼 비슷하겠지'라는 큰 기대없이 찾은 부페였으나, 접시를 들기전 한 바퀴 돌아보고 난 후 우리 둘의 입가에는 미소가 흐르기 시작했다. "아, 오늘 절제가 힘들겠는걸"이라고 공감하면서..... 나와 아들은 각각의 사정은 달랐지만 여하튼 둘 다 평소에도 음식을 되도록 멀리해야 하는 입장이건만, 먹기도 전에 이미 항복해야 할 것 같다는 자기 암시, 또는 합리화를 시작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들은 이미 심리적 부담감은 진작에 걷어 버리고 부지런히 접시를 갈아 치웠고, 나는 그런대로 첫 번째 접시까지는 제법 조절하며 천천히 음식을 음미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곁들인 소주 한 잔, 두 잔에 조금씩 허물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이미 나도 두 손 다 들고 '오늘만...'이라는 합리화에 속고 말았던 것이다.

 

결과는 처참(?)했다. 아들과 나는 결국 더 이상 입으로 들어가지 못할 지경까지 부지런히 집어 삼키고는 이내 터질듯한 배를 어루 만지며 힘들어 하고 있었다. 앉아 있는게 힘들 정도였기에 우리는 좀 걷기라도 하자며 서둘러 부페를 나왔지만, 오히려 걷기도 부담스러울 정도였기에 다시금 기대 앉을 수 있는 벤치를 찾아 주변 산책로를 서성거리며 단단히 화가 난 속을 달래보았다.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며 일종의 힐링을 하려 나왔건만, 이건 힐링이 아니고 고문이구만. 스스로 고문을 했어...'라는 후회아닌 후회를 하며 아들과 나는 어이없는 웃음을 짓고 말았다.

 

하지만 부풀은 배를 달래며 걸었던 그곳의 야경은 참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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