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면 모든 걸 할 수 있을까?

흔히 우리가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가, '퇴직하면 ~을 할 거야'라는 포부일 것이다. 평소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 계속 동경하는 마음은 있지만, 이런 저런 사유로 시작을 하지 못한, 하지만 은근히 야심찬 그런 계획들을 세웠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무리 속에 묻혀 정신없이 살아가는 직장인들, 특히 남자들의 경우에 그러한 계획 중 가장 흔한 주제가 귀농일 것이다. 그 외에도 여행, 독서, 음악 등등 온갖 취미생활에 대한 소망을 실현하고자 하는 계획으로 젊은 시절부터 지겹도록 치뤄왔던 치열한 삶에 대한 나름대로의 커다란 보상을 꿈꾸는 것이다.

 

물론 이런 노후 계획, 또는 다짐은 퇴직할 날이 눈앞에 스물스물 봄날 아지랑이처럼 손짓을 하는 나이에 접어든 사람들에게는 더 실감나는 하나의 미완성 프로젝트로 남았겠지만, 비교적 젊은 직장인들도 이런 생각을 적지 않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앞날을 미리 준비하고 계획한다는 것은 물론 매우 바람직한 일이며, 적극 권장할 일로, 실제 직원복지에 큰 관심을 갖는 몇몇 회사에서는 퇴직을 목전에 앞둔 직원들을 대상으로 노후대비 교육을 보내거나, 관련 교육비 및 시간을 지원해줌으로써, 시니어 직원들로부터 씁쓸하지만 고맙게 받아들여야 하는 복지정책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퇴직 후를 꿈꾸는 다수의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게 하나 있다. 퇴직하면 무엇, 무엇을 하겠다는 다소 막연한 계획, 아니 소망은 있지만, 정작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한 준비는 지금 전혀 하지 않으면서 그저 퇴직하면 모든 게 다 저절로 이루어질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몇 해 전에 기회있을 때마다 '퇴직하면..., 퇴직하면...' 하며 많은 일들을 계획하고 있다고 습관처럼 말을 하던 선배가 있길래, "왜 퇴직할 때까지 기다리세요? 지금부터 당장 시작해도 될텐데..."라는 말을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하고자 하는 그 일을 할 시간이 전혀 주어지지 않을 정도로 공사가 다망한 것 같지도 않은데, 그토록 하고 싶은 일이면 오늘부터 하면 되지 왜 퇴직 때까지 미루냐는 나의 예기치 못한 질문에, 그 선배는 핵심을 찔린듯 아무런 대답도 못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렇다. 오늘, 아니 지금부터 그 계획하는 일을 당장 시작해도 될텐데, 출발점을 왜 몇 년후로 느긋하게 맞춰놓는 걸까? 사람마다 특수한 사정, 상황이 있으므로 지연된 계획에 대하여 모두 비판할 수는 없지만, 요점은 지금 당장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은, 막상 다른 사람들의 바쁜 출근시간에도 갈 곳이 막막해지는 그날이 오면 또 다른 '사정'이 생겨 다시 미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는 것이다.

 

오늘, 지금 당장 하고자 하는 결심과 행동이야말로 자연스럽게 실제 퇴직 후의 움직으로 이어질 것임은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주위에서 실례를 보더라도, 퇴직 몇 년 전부터 이미 실험삼아 채소를 심어보던가, 관련 학원이나 평생교육원 등을 다니던가, 아니면 최소한 관련 책이라도 보던 사람이 무리없이 계획대로 퇴직후의 소망을 현실로 바꿔놓는데 성공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하나의 목표를 5~6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계속 노력하다 보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적어도 2~3개 이상의 목표를 다 실현할 수 있는 serial achiever가 될 수 있다."

 

특히 하나씩 차근차근 일찍 시작하다 보면 실제 이룰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지는, 어떤 자기계발 전문가가 말하듯이 우리는 '연속적인 성취자 (serial achiever)'가 될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그 전문가는 많은 목표를 세우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근거로, 하나의 목표를 5~6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계속 노력하다 보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적어도 2~3개 이상의 계획을 다 실현할 수 있는 serial achiever가 될 수 있다고 독려하고 있다.

 

퇴직 전에도 항상 바쁜 사람이 퇴직 후에도 바쁘게, 그렇지만 하나씩 이뤄가는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며 사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 은퇴하면서 갑자기 밀려오는 공허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라도 계속해서 해왔던 것을 퇴직 후에는 더 본격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나의 일, 나를 위한 일'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것이 보다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가을 단풍처럼 우리의 인생도 가을에 더 빛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