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며 사는 것과 만족하며 사는 것

"매사에 감사하며  살아라."

 

이 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릴적 부터 어른들로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은 말일 것이다. 성인이 된 후에도,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서, 몸 담고 있는 직장에서 비전이 없어 보이거나, 또는 껄끄러운 상사, 동료와의 관계로 인해 힘이 들어 퇴사, 이직 등을 고민하게 되면, 부모님들이나 주위에서는 곧바로 '지금도 일자리가 없어 고생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만한 직장이 어디에 있다고...지금 다니는 직장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살아야지...' 등의, 우리 세대 부모님들에게는 거의 모범 답안화 된 조언을 듣곧 했던 기억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 각자가 처한 현실이 어디이든 어떠하든지 항상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 것은 물론 사실이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견디기 힘든 삶의 무게로 우울증 증세까지 보이는 사람들에게 많은 심리치료 전문가나 자기계발 전문가들이 치료의 한 방편으로 자신이 현재 갖고 있는 것의 목록을, 사소한 것이라도 모두 종이에 적어 보게 하는 이유는 바로 자신이 감사해야 할 대상을 새삼 깨닫게 함으로써 극적인 심리 변화를 유도하고자 하는 것이다.

 

가족과의 외식은 '감사하다'는 마음을 느끼기에 충분한 행복한 시간이다

나는 가끔 아들, 딸과 저녁 외식이라도 하고 들어온 날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모두가 즐겁게 즐기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에, 부유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렇게라도 이따금 외식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것에 큰 감사를 느낀다. 지금은 믿는 종교가 있다고 말하기에 부끄러울 정도로 신앙생활을 멀리한 지 오래됐지만, 내 마음 속 깊이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게 사실이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위 동기부여, 자기계발, 또는 성공학 도서에서도 항상 빠지지 않는 자기혁신, 또는 성공비결로 꼽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감사'이다. 자신의 현재 위치, 재정적 상태는 물론이거니와 우리 주위와 모든 사람들에게도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심지어는 가장 우선적으로 실천해야 하는,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하는 사람들도 많다.

 

"감사하며 사는 것과 만족하며 사는 것은 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감사의 마음은 항상 마음속에 담아두되,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나아지는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감사하면 할수록 더욱 감사할 일이 많아질 것이라는게 그들의 논거이다. 항상 감사하며 산다는 것은 결국 매사에 긍정적인 마음으로 세상을 본다는 의미이며, 이런 자세는 긍정적인 미래에 대한 열망을 낳고,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거뜬히 견뎌내며 하나씩 원하는 바를 성취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그런 조언을 서슴치 않고 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감사하며 사는 것과 만족하며 사는 것은 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느 정도의 만족감이 감사하는 마음을 낳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위치, 상황 및 여건 등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항상 마음속에 담아두되,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나아지는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뭔가 다른 목표를 위해 다른 직업, 사업 등을 구상하는 동료나 친구들에게, 걱정스러운 마음에서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이 그 말이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살아. 무슨 욕심을 더 부리냐? 사는 게 다 그런거지. 나도 하루에도 몇 번씩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 드는건 마찬가지야. 그냥 감사하고 살아야지..."

 

만족은 곧 감사, 또는 감사는 즉 만족이라는 등식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말이다. 하지만 항상 감사하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사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바람직한 일이지만, 사람들이 만족한다고 할 때는 대부분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다소 냉소적 긍정으로 표현하기 위해서거나, 아니면 더 이상 욕심 부리지 않겠다는 포기의사를 밝힌 것으로 들린다.

 

앞에서 말했듯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면 더 감사할 일이 많아지는 법이고, 그렇게 감사할 일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아직은 만족할 때는 아닌 것 같다. 감사는 하되 좀 더 욕심부려 살아보는 건 어떨까?

 

"세상은 아직도 넓다. 조금만 더 욕심을 내서 살아보자...."